공동경비구역 JSA
드라마, 전쟁, 미스터리 / 한국 / 110분 / 15세
박찬욱 감독, 2000.09
이영애(소피 E장 소령), 이병헌(이수혁 병장), 송강호(오경필 중사),
김태우(남성식 일병), 신하균(정우진 전사)
- 네이버 줄거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돌아오지 않는 다리 북측 초소에서 북한 초소병(신하균 분)이 총상을 입고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 이후 북한은 남한의 기습테러공격으로, 남한은 북한의 납치설로 각각 엇갈린 주장을 한다. 양국은 남북한의 실무협조 하에 스위스와 스웨덴으로 구성된 중립국 감독위원회의 책임수사관을 기용해 수사에 착수할 것을 극적으로 합의한다.
중립국 감독 위원회에서는 책임수사관으로 쮜리히 법대 출신의 한국계 스위스인이며 군 정보단 소령인 소피(이영애 분)를 파견한다. 태어나 처음으로 한국에 입국한 소피는 남측과 북측 모두 피의자 인도 거부와 관계 당국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수사 초기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어렵게 사건 당사자인 남한의 이수혁 병장(이병헌 분)과 북한의 오경필 중사(송강호 분)를 만나 사건 정황을 듣게 되지만, 그들은 서로 상반된 진술만을 반복해 수사는 점차 미궁으로 빠져든다.
그러던 중 사건 최초의 목격자인 남성식 일병(김태우 분)의 진술에서 의혹을 느끼고 수사를 주변 인물로 확대시켜 나간다.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는 남북한의 상부조직의 음모와 극도의 혼돈 상태에 빠진 피의자들, 중립국 감독 위원회 측의 미온적인 수사태도로 소피는 계속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시체부검과 증거물 조사, 공격적이고 치밀한 추적으로 점차 진실에 가까이 접근해 간다.
그러던 중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한 남성식이 돌연 투신 자살을 시도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상부 조직은 소피의 아버지가 과거 한국전에 참전했던 인민군이었음을 폭로하고 중립국 감독위원회를 사주해 소피의 수사전권 해임을 통보한다. 남한 병사 이수혁 병장은 왜 북한 초소병을 쏘았을까? 최초 목격자인 남성식 일병은 왜 자살을 시도했을까? 그리고, 북한의 오경필 중사는 무엇을 숨기고 있는가? 그녀는,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마지막 시도를 감행하는데.
- 내 생각
그 유명한 공동경비구역 JSA를 이제야 보게 되었다.
JSA는 Joint Security Area의 준말로, 이 영화는 공동경비구역에서 일어난 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사건을 추리극 방식으로 풀어내면서 가슴 아픈 남북 분단의 현실을 들추어 낸다.
이수혁이 지뢰를 밟는다. 지뢰는 밟고나서 발을 떼는 순간 터진다.
우연히 이수혁과 조우한 오경필과 정우진은 지뢰를 해체해주게 되고, 그때부터 사건은 시작된다.
한 민족이자 동무인 그들은 인간의 정으로 이데올로기를 극복하며 서로 가까운 관계가 되어간다.
아니, 꼭 인간의 정으로 규정짓기보단 2년이란 복무기간 동안 이수혁에겐 그들이 짜릿한 호기심이었을 수도 있다.
같은 언어를 쓰고 불과 60년 전까지는 같은 나라 안에서 살았던 그들이다. 그러나 군인들에게는 항상 두렵고 무서운 존재로, 주적으로서 여겨지는 인민군이기도 하다.
이수혁 개인에게는 주적개념이 내면화되지 않았나 보다. 인민군의 도움을 받은 순간부터 그들 또한 동정심을 가진 같은 사람임을 느끼게 되었나 보다.
영화의 피크는 인민군의 다른 군인에 의하여 현장이 목격 당했을 때.
극한의 상황 속에서 인간은 이성을 잃는다. 영화의 끝부분에서야 알 수 있었지만 이수혁도 이성을 잃었다. 이수혁이 정우진을 사살한 것이다. 그것도 이미 이마를 관통하여 즉사한 정우진에게 확인사살을 가한다. 극중 초반에 장소령이 정우진의 시신을 보고 '복수'를 떠올릴 정도로 잔인하게.
그러나 이수혁은 자신의 기억을 왜곡했다. 인지부조화였던 것일까.
이수혁은 사건 후 정우진을 죽인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 남성식이라고 기억한다. 충격에 따른 단기기억상실인지, 아니면 정말로 인지부조화에 의한 기억왜곡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죽였다는 사실을 믿기 싫었음은 분명하다. 이수혁은 공포에 쌓인 극한의 상황 속에서 이성을 잃은 것이다.
이게 바로 전쟁의 잔혹함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도 모르게, 기억을 왜곡할 정도로 원치 않음에도, 눈을 시퍼렇게 뜨고 친구의 죽은 시신에 계속해서 총을 쏘는 행위. 무섭지 않을 수 없다.
마침내 장 소령에 의해 이수혁의 왜곡된 기억이 바로잡히자, 이수혁은 끝내 자살하고 만다.
너무도 괴로웠을 것이다. 친구를 살해했던 자신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스스로에게서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슬프지 않을 수 없다.
남북 경계선은 휴전선이다.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있는 것이다.
남성식과 이수혁의 자살행위는 결코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의 잠재적 모습이다.
덧붙여,
장 소령의 날카로운 수사로 진실이 드러나기 직전, 그녀는 해고된다. 그 이유는 다음이다.
군대에서의 각종 자살과 살인 사건, 범죄들을 묵인하고 쉬쉬하려는 한국 군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하겠다. 그리고 이 군대의 문화가 퍼진 우리 사회의 병든 곳곳에서 보이는 행태를 지적한 것이기도 하겠다. 천안함 사건을 비롯 수많은 일들이 감춰지는 세태는 결코 이 메시지와 괴리되지 않을 것이다.
짧은 하나의 사건을 추리 방식으로 전개해나갔기에 메시지가 더 강하게 다가왔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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