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을린 사랑
감독 드니 빌뇌브 (2010 / 캐나다,프랑스)
출연 루브나 아자발,멜리사 데소르모-풀랭,막심 고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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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을린 사랑(incendies)'

레바논 내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이다. 레바논은 2차 세계대전에 따른 독립 이후 줄곧 정치적 우위를 지켜온 기독교와 그런 기독교의 친서방적인 노선에 반감을 가진 이슬람 세력 간의 갈등과 분쟁이 계속 되었고, 결국 1958년에 친서방의 기독교 정부의 배타적인 정책(기독교 세력의 집권연장을 위한 개헌 등)에 반감을 가진 이슬람교인의 봉기로 인해 내전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이 내전은 PLO의 유입, 그에 따른 이스라엘과의 분쟁 등으로 더욱 악화되어왔고 국지전과 게릴라전의 양상으로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이 영화는 그런 잔인한 내전 속에서 아무런 죄 없이 희생되는 한 여인의 일생을 그리고 있다. 인상적인 점은 그 여인의 쌍둥이 자녀가 몰랐던 어머니의 과거를 현재로부터 거꾸로 올라가며 알아가는 전개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개는 마치 자녀가 어머니의 과거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는 것처럼, 우리 세대 또한 과거의 비극과 상처를 상호 이해와 공감, 그에 따른 용서와 다짐을 통해 이제 그만 비극을 멈추고 함께 사랑해가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효과를 내고 있다. 물론 이 전개가 추리소설이나 역사소설을 읽는 듯한 극적인 긴장감과 재미를 주는 것도 무시하지 못할 효과일 것이다.

영화 속 여인의 가족이 겪는 상처는 세상 어떤 이야기보다 비극적이다. 잔인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그 비극을 통해 영화의 '악'은 어떠한 윤리적 잣대로도 평가될 수 없는 그저 슬픈 이야기로만 남는다. 그 비극의 끝에는 권선징악도 아니고 세상의 진보도 아니요 그저 그을리고 찢겨진 그 시대의 사람들만 남아있다. 더 비극적인 일은 우리가 알다시피 그 비극은 역사에서 끝없이 되풀이되었고 앞으로도 쉽게 희망을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과거란 목구멍속에 박힌 칼처럼 빼내기 힘든 것이다"라는 영화 속 대사의 말처럼.


영화는 어머니의 과거의 상처를 이해하고 또 다른 형제를 찾아가는 자녀들의 사랑을 그리며, 그들간의 잦은 포옹씬 같은 이해와 사랑의 제스처를 내비치는데 이런 씬들은 영화의 의도가 그 비극을 희망적으로 풀어가려했던 것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나에겐 그것 또한 그저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영화가 되기위한(지나치게 사실적이고 다큐멘터리적이고 진실만을 얘기하는 영화는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없다. 희망의 메시지 없는 절망의 영화를 돈 내고 보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영화 속 대사 "진실 앞에서는 모두가 침묵한다"가 의미하듯이) 장치에 지나지 않나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이미 비극적 진실에서 받은 그 충격이 너무나 커 쉽게 절망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다.

고로 나에게 이 영화는,

근원으로서의 선도 악도 존재하지 않은 채 수많은 크고 작은 그을림을 만들어온 인간의 역사를, 그리고 윤리적 잣대를 댈 수 조차없는 그 버거운 과거가 또다시 반복되는 비극 앞에 한 없이 무기력한 인간을 조명한 영화인 동시에

희망을 던져준다고 하기엔 영화의 내용 그 자체로 너무도 절망적이어서, 그 실낱 같은 희망조차 그저 영화공식에 따른 전개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 그런 슬프고 불쾌하기까지 했던 영화였고

내 몸 하나 지고가기 버거운 내 등에 그 무거운 역사의 상처까지 지우는, 그저 침묵과 한숨만을 유도하는 영화이자

그럼에도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고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나에게 진실을 끝없이 되새기는 그런 소중한 영화였던 것이다.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온아장'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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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