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존재를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런 태도는 중세시대에나 어울리는 유치찬란한 행동이죠.
또 개념있고 독실한 종교인의 태도는
"나도 신이 존재한다고 증명할 순 없어. 하지만 나는 신의 존재를 확실히 믿어." 가 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가 단순히 믿음의 영역이기에 비이성적이다라고 주장하는 건
역사와 철학에 대한 무지의 소산으로 비춰질 정도로 무모하고 너무나 단정적입니다.
그런 주장을 하려면 그 기본 전제로서 다음의 명제가 성립해야 합니다.
'이성과 믿음은 각각 완전히 다른, 독립된 영역들이다.'
이 명제는 주지하듯이 근대 서구유럽 백인들의 사고방식입니다.
그들은 이성과 믿음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바로 의문점이 생깁니다.
'그들의 이분법적 관점 또한 하나의 '믿음'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수백년의 역사는 시대의 객관 속에는 주관이 있었고, 시대의 논리 속에는 믿음이 있음을 보여주지 않는가'
주지하듯 서구의 이성과 믿음의 이분법적 구분은 '이성우월주의'를 탄생시켰고, 제국주의와 오리엔탈리즘에 기여하여 무자비한 폭력을 자아냈습니다. 이성과 믿음의 극단적 이분법에 대한 우려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고 있는 겁니다. 치열한 논증없이 단순히 내뱉었던 '이성우월주의'는 하나의 극단적 '믿음'에 불과했던 거죠.
실제로 바이셰델을 비롯한 현대 철학자들은
이성과 믿음의 구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 시선을 보냅니다.
로고스에 대한 복종('믿음')을, 신에 대한 복종과 같은 '맹목'으로부터 '합리'로서 구분해주는 지점은 애매모호함을 밝힙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성은 믿음에 근거하고, 믿음 또한 이성적인 부분이 있음을 말합니다. 오히려 믿음과 이성의 개념구분은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이렇듯 이성과 믿음의 양립가능성에 대한 질문들은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믿음'의 영역이니 '비이성적'이다라는 주장을 그리도 쉽게, 단순하게 할 수는 없는 겁니다.
이성과 믿음 사이에도 논리성의 정도 차이는 있으므로, 종교는 논리적이지 않은 믿음의 영역에 '가깝다고' 반박할 수 있습니다. "신은 존재한다"와 "우주는 끝없이 확장한다"는 두 명제는 분명 무언가 다릅니다. 하나는 맹목적 믿음으로 보이고 하나는 자료수집과 가설검정에 따른 타당한 결론으로 보입니다.
이에 근거하여 종교가 믿음의 영역에 가깝기 때문에 '과학'에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개인의 영역에 속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가 비이성적이기에 개인의 영역에만 국한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성 또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상황에서 - 예컨대 인간은 '감각'함으로써 '실재'를 느끼는데, 감각의 정확성과 실재함 자체는 논리로써 증명할 수 없습니다. 결국 믿음으로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
이성과 믿음의 구분점은 그 시대의 집단적 합의에 따른 '믿음'에 의해 항상 달라지는 겁니다.
고로 종교가 설사 비이성적이라 해도,
보편화될 수 없으며 개인의 '믿음'의 영역으로만 삼으라는 주장은 타당치 못합니다.
나아가, 바이셰델과 같은 현대철학자들은 이성과 믿음을 따로 떼어두고 바라보지 않고, 언제나 함께 아우르는 것이 균형잡힌 시각이라 외칩니다. 따라서 종교 또한 단순히 비이성적이라 바라보기 보다, 종교에 공존하는 이성과 믿음을 고루 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들은 종교가 믿음의 영역인 동시에 그로부터 잉태된 이성의 영역이라고 주장합니다.
주지하듯 우리사회에 암세포가 되어가고 있는 '일부' 기독교의 세태는 비판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그 비판은 기독교에서 잉태된 이성의 잘못된 활용(또는 잘못됨)으로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바이셰델은 오늘날 기독교에서 이성과 믿음이 양립 가능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그들의 '이성'이 철저히 반기독교적임을 논하는 것이 개독의 비판에 대한 올바른 출발점인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의 사유와 행동이 반기독교적이고 반지성적임을 비판해야 되는 겁니다.
그래야만 '개독 비판'에 있어 '개독아닌 수많은 기독교인'을 포용하고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이를 통해 반기독교적인 개독의 행태를 '마녀사냥', '집단다툼'을 넘어서 '사회문제'로서 더 효과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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