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Law)2013. 9. 9. 19:24


금융전문변호사란 무엇인가

 

금융변호사라고 할때 떠오르는 몇가지 단어들을 random 하게 나열해본다(다만 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대하여 언급한다)  

 

최소 50 페이지 넘어가는 계약서

프로젝트 파이낸스(Project Finance)

금융에 있어 vein 같은 존재

담보

노가다

억이 개로 불리는 세계

 

 

금융전문변호사의 주된 클라이언트는 금융권이다. 주로 은행, 증권사가 되겠고, 좀 더 넓게는 자산운용사, 신탁회사, 시행사(부동산금융의 경우), 신용평가사, 회계법인 등이다. 주된 업무는 금융 즉 돈의 흐름을 법적으로 다루는 것이며 결국은 돈의 흐름과 관련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 계약서를 통해서 금융기관에 돈을 흐르게 하는 것이므로 금융전문변호사는 금융에 있어 혈관같은 존재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도 있다.

 

좀 더 구체화해보자

우선 관련 당사자가 많다. 그러다 보니 계약서가 최소 50페이지 넘어가는 것이 다반사이고 하나의 계약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령 해당 금융 거래(DEAL)의 기준/총칙을 담는 사업약정서 내지 업무협약서가 중심이 되어 대출약정서가 작성되고, 이 대출약정의 대출상환을 담보하기 위한 주식근질권, 예금근질권 등을 포함한 각종 담보계약서가 작성되며 이에 부수하는 각종의 관련 서류 등이 작성된다. 

 

그러나 위 계약서가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결국은

1. 개인간의 거래와는 단위가 다른(통상 100억원 이상이다. 그래서 그런지 억은 개로 불린다 가령 100개짜리 계약이네 뭐 이런식이다) 대출을 은행이 차주를 상대로 하는 내용과

2. 대출상환을 위하여 각종 담보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걸어두는 각종의 내용이고

3. 다만 그 담보라는 것은 통상의 은행대출에 있어 체결되는 근저당권설정이 아닌 미래의 현금흐름(가령, 아파트 PF의 경우, 아파트 중도금, 잔금 스케줄에 따른 상환)을 담보로 한다는

 

내용이 그 뼈대인 것이다.  

 

여기서 법무법인은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살펴보자

 

우선 법무법인은 돈을 빌려주는 대주측의 이익을 위해서 모든 일은 한다. 해당 금융거래가 법률적으로 허용되는 것인지, 법적 위험성은 없는지, 담보설정이 유효한지 등등을 검토하여 관련 제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법무법인이 받는 법무비용은 해당 금융거래의 금원이 대출되는 날, 차주로부터 받는다는 것(여기서 금융전문변호사의 딜레마가 등장하기도 한다. 중요한 문제이다)이다. 

즉 돈은 차주로부터 받고 일은 대주를 위해서 해주는 것이다. 다만 그 돈은 결국 대주로부터 나온 차주의 돈이니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법무법인이 수행하는 업부 흐름(FLOW)에 대해 조금만 더 상세하게 설명하자면

 

복잡한 금융거래의 경우 그 밑그림은 주로 주간사(주로 증권사의 IB사업부)가 맡게 되고, 그 금융거래의 계약서 작성의 일체는 법무법인에서 수행하게 되는 데 계약서 초안을 그리기 위한 DOCS 미팅이 이루어 진다. 이 미팅에서는 갑과 을만이 모이는 것이 아니라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 등등등 여러 당사자들이 한꺼번에 그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해달라고 아우성치는 미팅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거의 대주가 원하는 대로 계약서는 만들어 진다(그래서인지 몰라도 계약서에는 대주는 주로 "갑"으로 약칭된다)

 

DOCS 미팅은 간단한 거래의 경우 한두번 정도만 열리지만 복잡한 거래의 경우 5번이상 열리는 경우도 있다. 변호사는 이때마다 최초 작성된 계약서에서 관계 당사자들의 요구 내지 수정을 반영을 한다.

 

그 다음 미팅에는 수정된 계약서를 토대로 미팅을 시작된다. 이러한 이유로 모든 계약서 작성은 MS-WORD로 작성된다. 아래아 한글에는 없는 '추적기능'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계약서가 원체 양이 많고 계약서가 미팅때마다 수정이 되므로 어떤 부분, 또한 누가 수정하였는지가 파악이 되어야 하는 데 아쉽게도 아래아 한글에는 이러한 기능이 없고 MS-WORD에는 어떤 부분이 수정되었는지, 누가 추가, 삭제, 수정을 하였는지를 '추적'하는 기능이 있어 금융을 조금이라도 하는 변호사는 MS-WORD를 이용한다.

 

몇차례 수정을 거친다음(이러한 미팅 및 수정작업을 걸리는 시일을 각 거래의 구조 및 난이도 등에 따라 틀린데 최소 2주 이상 걸린다, 그 길게는 시장상황에 따라 6개월 이상 질질 끄는 경우도 있다, 그 2주 동안은 거의 날밤을 새는데 가정이고 뭐고 없다, 의뢰인들은 재촉 또 재촉이다) 각 당사자가 모여서 약정식(왜 그렇게 거창하게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CEREMONY라고 칭하기도 한다)을 하는 데

 

위 계약서에 각 기명, 날인을 한다. 변호사는 그 세리모니가 이루어지기까지 고치고 또 고친다. 오탈자도 수없이 나온다. 일단 계약서가 워낙 많으니 일단 간인은 언감생심이다.

 

마지막 계약서에 날인하는 순간 실질적인 변호사의 업무를 끝난 것이 아니고 위 금융거래에 대한 변호사의 법률의견서가 작성되고 해당 금원이 기표(대출)되고 그 금원 중 차주로부터 법무법인의 비용이 들어와야지 실질적인 일이 끝나는 것이다.

 

위에서 금융전문변호사의 딜레마에 대하여 잠깐 언급하였다. 이에 대하여 다시 얘기하자면 통상적으로 변호사는 돈을 받고 일에 착수한다. 즉 일반 송무의 경우 의뢰인으로부터 입금이 되어야 일을 시작한다. 우스개 소리로 한 변호사는 통장에 돈이 들어와야지 머리가 회전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금융전문변호사(전문이라고 하니까 이제 보니 좀 이상하다, 그냥 금융변호사라고 하자)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돈이 실질적으로 대출되는 날 법무비용을 받게 된다. 물론 그 비용은 일반 송무보다는 상당한 금액이다. 다만 그 금원을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금융거래에 법적인 문제가 생기거나 이해 당사자들의 이해가 맞지 않아 딜이 깨지는 경우가 생긴다. 즉 최종 계약서에 서명, 날인이 안되는 경우다.

 

이 경우 딜레마가 생긴다.

 

일을 일대로 하고 집에도 못들어 가고(뼈 빠지게 일하고) 돈을 못받는 것이다.

물론 요새는 법무법인들이 타임차지(time charge, 시간당 변호사비용을 청구하는 형태)로 하지만 결국은 돈이 나가야 법무법인 비용도 깨끗하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요새가 그렇다. 시장 상황이 워낙 volatile(변동성이 심하다)하다 보니 중간에 딜이 깨지기 쉽상이다. 진행되었던 거래들 모두 제자리 스탑이다. 이렇게 되면 돈을 돈대로 못받고 몸은 몸대로 축난다.

 

금융변호사, 겉보기에는 무척 멋져 보인다. 우선 금융이라는 말 자체가 뽀대가 난다.

일반 변호사들이 잘 들어보지 못한 용어들을 쓰고 영문계약서도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송무에서 가끔씩 나타나는 소위 '진상 의뢰인'들은 없다. 그만큼 사람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별로 없다.

 

그러나 끊임 없는 계약서의 수정, 5~6 시간씩 계속되는 미팅 후 새벽까지 계속되는 계약서에의 미팅내용에의 반영, 금액이 큰 만큼 법적 리스크가 없는지여부를 끊임없이 체크하고 그로 인하여 상당히 강박적으로 변화는 것이 사실이다. 한마디로 노가다인 셈이다.  

 

이럴 땐 사람냄새 나는 법정이 그리울 때가 많다. 법정이 좀 더 인간적이게 느껴질 때가 많다. 

50폐이지 이상 계약서가 넘어가면 모니터가 날 보는 것인지 내가 모니터를 보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가끔씩 그런 상상을 한다.

 

계약서에서 은행이 100억대의 돈을 차주에게 대출하는 것이 아니라 나한테 대출하는 것이다. 물론 담보 계약서는 없다 ㅋㅋ ^^


Posted by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