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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연봉 6천만원이지만…40대주부 `눈물의 하소연`
기사입력 2011.09.26 16:58:39 | 최종수정 2011.09.26 17:02:27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한국에만 있는 `엥겔계수의 역설` 

삶의 질은 뒷전…오르는 물가.사교육비 메우는 것만도 버거워 

#. 주부 임희연(41) 씨는 희망을 잊고 산지 오래다. 남편은 연봉 6000만원을 받는 회사원이지만 가계부는 언제나 적자다. 남편의 월급은 해마다 오르고는 있지만 두 아이의 교육비만 연간 1000만원이 들어간다. 아이들을 남들보다 못나게 키울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날마다 뛰는 식료품 값에 숨은 막혀만 간다. 

결혼 10주년을 기념해 해외여행을 꿈꿨지만 임씨는 결국 꿈을 접고 말았다. 임씨는 "남편 연봉이 적다고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여행은커녕 취미생활조차 즐기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 80대 노모를 부양하고 있는 김수현(53) 씨는 늘어나는 병원비에 매일매일이 초조하다. 노모가 장수하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갈수록 얇아지는 지갑에 처량감을 느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큰 병을 앓지 않아 감사하는 마음이지만, 백내장, 틀니, 건강검진 등 때마다 들어가는 의료비용이 만만치 않다. 김 씨는 "어머님이 오래 사시기를 바라는 마음엔 변함없지만 의료비용이 늘어나니 그만큼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라며 "형제들끼리 나눠서 보태고는 있지만 다들 어렵긴 마찬가지다"라고 털어놓았다. 

늘어난 소비는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되고 있을까. 

지난 2008년 10월~2009년 6월과 2010년 10월~2011년 6월 신한카드 회원들의 지출액을 살펴보면 대답은 `노(No)`다. 

경제적 발전단계는 흔히 `엥겔 계수`로 가늠된다. 엥겔계수는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식료품 비중은 줄고 문화비 비중은 늘어난다는 이론으로 한 나라의 경제상황을 설명하는 척도로도 쓰여왔다. 저소득층을 위해 먹는 데 드는 부담을 줄여놓은 나라가 선진국이란 말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 이론이 통하지 않는다. 소득은 늘어도 `여윳돈`이 없는 팍팍한 삶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신한카드 회원의 전체 지출 비중을 비교해보면 2년 전에 비해 교육.육아비 비중은 두 배 이상 늘어난 반면 문화.취미.여가 활동의 비중은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육아용품, 아동용품, 자녀교육, 학원비 등 교육.육아비 비중은 2.7%에서 6%로, 통신.공과금 비중은 9.2%에서 10.3%로 상승했다. 

이와 반대로 자기 자신에게 쓸 수 있는 `여윳돈`의 비중은 떨어졌다. 여행은 2.03%에서 1.99%로, 취미활동은 0.95%에서 0.87%로 뒷걸음질쳤다. 레저활동은 2.49%에서 2.40%로, 스포츠 활동은 1.11%에서 0.9%로 낮아졌다. 

2년간의 지출증가분만을 따로 떼어놓고 살펴보면 이같은 경향은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육아.자녀교육 관련 항목에는 2년 사이 증가분 15조4000억원 가운데 14.7%인 2조2700억원 가량이 쓰였다. 돈을 버는 족족 육아.교육비로 쏟아부었다는 것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육아보조금 등의 지급 목적으로 유치원비에 대한 카드결제 건수 자체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들 교육비에는 중고생 학원비 뿐 아니라 토익.토플 등의 비입시용 전문학원비도 포함돼 있어 대학생들이 다니는 학원비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늘어난 카드 지출액에는 물가상승으로 어쩔 수 없이 늘어난 `필수 품목`의 비중도 단연 높았다. 식료품에는 늘어난 지출여력 중 11.9%가 쓰였다. 이는 1조8300억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물가상승분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유비와 요식비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 항목 역시 각각 8.5%의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주유소 평균 주유비가 이 기간 중 16% 이상 상승하고, 식료품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식당에서 판매하는 음식값도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통신비는 말할 것도 없다. 통신요금은 2년간 지출 증가분의 7.4%가 해당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의료비 지출도 빼놓을 수 없다. 의료비는 카드이용액 증가분 중 8800억원에 해당하는 5.7%에 달한다. 한국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비 지출도 꾸준히 증가할 것은 자명하다. 때문에 의료비 지출은 앞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강요된 소비에 묶이는 바람에 한국인들은 자신의 여가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반드시 써야할 지출이 늘어나면서 문화.여가비에 쓸 수 있는 여력은 상대적으로 줄고 있다. 엥겔 계수는 유독 한국에서만 통하지 않는 셈이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실장은 "교육비 등은 엥겔계수에 포함되지 않는 선택적인 소비에 해당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이 선택적인 소비가 아니라 강요된 소비에 해당해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식료품이나 교육비, 주유비는 줄이기 쉽지 않은 품목"이라며 "소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문화.여가비는 지출을 못늘릴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용어=엥겔계수 

가계의 소비지출을 음식비, 피복비, 주거비, 광열비, 문화비의 5개 항목으로 구분했을 때, 소득이 증가하면 음식비에 대한 지출 비중이 점차 감소하고 문화비의 지출 비중이 늘어난다는 이론. 

◆분노소비에 허리가 휜다…신한카드 회원 1550만명 소비처 추적해보니 

`돈을 벌어도 벌어도, 써야 할 곳이 너무도 많다. 공공서비스 지출이 큰 건 화가 난다. 내가 낸 세금은 다 어디 갔나` 

식료품 물가는 멈출줄을 모른다. 통신비와 기름값은 아무리 아껴도 계속해서 불어난다. 

그런데 정말 화나는 건 교육비,의료비다. 자녀는 곧 `비용`이다. 갓 태어났을 때는 육아비가, 중고등학생때는 학원비가, 대학생이 돼도 취업때까진 끊없이 돈이 들어간다. 보육시스템과 공교육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크게 줄일수 있는 비용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의료비 지출도 계속해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매일경제가 신한카드 회원 1550만명의 카드 소비지출을 분석해본 결과 드러난 현실이다. 소득은 늘었어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강요된 지출`로 모두 흘러갔다. 소득은 늘어나도, 자신의 여가활동에 들이는 비용은 제자리걸음이다. 힘겹게 번 돈은 나를 위해 소비하지 못한다. 벌어도 벌어도 부족한 `욕구불만형 소비`에 빠져든 것이다. 

매일경제는 2008년 10월~2009년 6월과 2010년 10월~2011년 6월 신한카드 회원들의 소비처를 분석했다. 

이 기간 중 신용카드 지출액은 15조4000억원이 증가했다. 증가분 중 14.7%가 육아.자녀교육 비용이었고, 11.9%는 식료품에 쓰였다. 주유비와 요식비는 각각 8.5%를 차지했고, 통신요금은 7.4%, 의료비 지출은 5.7%에 달했다. 

이에 반해 여가생활에 대한 비용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레저는 2.2%, 여행은 1.9%를 차지하는 데에 그쳤고, 문화.취미는 0.7%, 스포츠는 0.3%로 소수점 밑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사회가 `소비의 욕구불만`에 빠진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들은 `4대 강요소비`의 함정에 빠진 탓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공교육 실패로 인한 사교육 의존 △물가관리 실패에 따른 생활물가 급증 △유류.통신 등 기반산업의 과점화 △노령인구 증가에 대비한 의료시스템의 미흡한 구축 등이다. 

지출 증가분 상위에 해당하는 항목이 육아.자녀교육과 식료품.요식비, 주유비, 통신요금, 의료비 지출이라는 측면에서 이들 분야를 제대로 다스려야 국민들의 욕구불만을 해결할 수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실장은 "한국인들은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소비지출을 하지 못하고, 교육.생활 등 소위 `강요된 소비`에 갇혀 있다"며 "의무적인 소비에 많은 돈이 들어가다보니 여유가 없고, 정신적인 만족감을 떨어뜨린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4대 분노지출` 해결해야 불행 막는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욕구불만형 소비행태는 `4대 분노지출`에 턱 막혀있다. 국민들의 경제적 행복도를 높일려면 결국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 `사교육 천국` 허리휘는 교육비 = 교육비 지출은 부실한 공교육과 불안정한 고용과 깊은 관련이 있다. 

결과적으로 안정적이지 않은, 불확실한 사회를 구축하지 못한 국가 시스템의 잘못으로 볼 수 있다. 교육과 일자리가 연결되는 시스템이 정상적으로만 작동한다면 공교육만으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교육비다. 하지만 이같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국민들은 `내지 않아도 될` 교육비를 추가로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가 불황으로 접어들수록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교육비 지출이 늘어난다는 이론도 있다. 우리나라의 과다한 교육비 지출도 이와 마찬가지로 `불확실한 내 아이의 미래` 때문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원화된 노동시장의 영향이 크다. 

강종구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경제사회연구실장은 "교육을 더 받아야만 좋은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에 이 같은 경향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답 나오지 않는 의료비= 건강보험 가입자의 월평균 진료비는 2004년 11만4200원에서 올해 상반기 24만6000원으로 2배 가량이 늘었다. 엄청난 상승속도다. 고령화가 계속되면서 사회적인 의료비 지출은 꾸준히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월평균 진료비는 75~84세는 7년사이 3배, 85세 이상은 4배 이상이 증가했다. 

고령화 사회에서 전체적인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는 것 자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늘고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의사 인력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높은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제대로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정형선 연세대 교수는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의료수요는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데 의료공급은 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의사 인력을 키우는 데에는 10년 이상 걸리는 만큼 더 늦기 전에 정상화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의사부족을 경고했다"고 강조했다. 

◇`하이킥` 거듭하는 생활물가= 이마트에 따르면 2009년 9월 3만7900원이었던 쌀 20kg은 올해 9월 4만900원으로 7.9%가 상승했다. 배추가격은 같은 기간 한 통에 1580원에서 2380원으로 50.6%가 뛰었다가 최근 조금 내렸다. 

지난 8월 물가상승률이 5%에 이르자 국민들은 공포에 질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인상 시기를 놓쳐 물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물가당국은 느긋하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3일 "경제에 무리를 주면서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달성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민들의 분노를 자아낼 만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팔을 뒤틀어 가격인상을 막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더 큰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효과적인 물가관리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이재웅 성균관대 교수는 "정부가 기업의 팔을 비틀어 추진해온 공생발전, 상생, 이익공유 및 각종 가격규제와 시장개입은 물가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누구 탓도 못하는 유류비.통신비= 휘발유 가격과 통신비 부담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는 `미스테리`다. 과점체제로 굳어진 정유사, 통신사들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현재 가격을 받아도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항변하고 있다. 

정부탓도, 기업탓도 아니라는 말에 국민들은 누구를 탓해야 할지 헷갈리고 있다. 어쨌든 유류비와 통신비는 가계에 있어 가장 큰 부담 중 하나로 꼽힌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 2009년 8월 1670.68원에서 올해 8월 1945.16원으로 16.4%가 올랐다. 

스마트폰 요금 등 새로운 비용이 추가되면서 통신비용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당 통신비는 14만1309원으로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다. 

윤원철 한양대 교수는 "복잡한 경제이론을 동원할 필요 없다"며 "유류비나 통신비를 낮추는 근본적인 방법은 경쟁을 촉진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Posted by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