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유로운 감상2011. 9. 15. 21:04


"사람은 손이 두 개다. 오드리 햅번의 말처럼 한 손으로는 자신을 보살피고 한 손으로는 남을 보살피라는 뜻이다. 그럼 다리가 두 개인 이유는 무엇일까. 한 다리로는 자신을 지탱하고 다른 한 다리로는 나쁜 놈들을 조낸 걷어 차주라는 뜻이다. 아놔, 자비심. 나쁜 놈들에게는 때로 발길질도 자비요 축복이다." (p. 46)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고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으니 행복하다. 이는 바로 먹고 싶을 때 먹지 못하고 자고 싶을 때 자지 못했던 젊음에서 유래된 것이다." (p. 65)

"그대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망각의 늪 속으로 사라져버릴 사람이 있고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기억의 강기슭에 남아 있을 사람이 있다.

혹시 그대는 지금 망각의 늪 속으로 사라질 사람을 환대하고 기억의 강기슭에 남아 있을 사람을 천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때로는 하찮은 욕망이 그대를 눈멀게 하여 하찮은 사람과 소중한 사람을 제대로 구분치 못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나니, 훗날 깨달아 통탄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p. 66)


"전세계 범죄자들의 공통점은 '당하는 사람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입니다. 그래서 이기적인 성정은 자신뿐만이 아니라 타인의 비극과 위험까지를 공동으로 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p. 91)


"여자는 결혼을 하고 타인의 이목에 신경을 쓰지 않는 습관이 생기면서 순식간에 아줌마로 전락해 버린다. 아줌마는 매사에 용감한 행동을 일삼기는 하지만 목적이 어떠하든 거룩해 보이지는 않는다. 아줌마가 되지 않으려면 이기적인 행동이 여자의 아름다움을 가장 빨리 훼손시킨다는 사실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p.192)


"이토록 하늘 청명한 가을에는 티끌만한 미움조차 가슴에 남겨두기 죄스럽지요. 하지만 아픈 기억의 편린일수록 더욱 선명한 빛깔의 단풍으로 물들지 않던가요. 해마다 가을이면 그대 발밑에 각혈 같은 빛깔로 흩어지는 단풍들, 그대에 대한 제 미움은 아직 그대로 선명합니다." (p. 200)


"많이 아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기보다 많이 느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라. 많이 느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기보다 많이 깨닫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라. 태산 같이 높은 지식도 티끌 같은 깨달음 한 번에 무너져버리나니, 오늘도 몽요담 돌거북은 번개 한 번에 삼천리를 두루 살피고 돌아온다." (p. 202)


"토끼와 거북이를 육지에서 한 번만 경주를 시키고 토끼를 자만과 태만을 상징하는 동물로 간주하거나 거북이를 근면과 겸손을 상징하는 동물로 간주하면 안 된다. 바다에서 경주를 시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인간들이 어떤 대상의 가치를 판단하는 방식은 거의가 이런 모순을 간직하고 있다. 세상이 그대를 과소평가하더라도 절망하지 말라. 그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우주 유일의 존재다." (p. 207)

-> 이외수씨가 민물고기들을 책에 담은 의도를 보여준다. 세상의 10%에 불과한 민물고기 하나하나가 소중한 유일의 존재고 생명이며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다.

"하필이면 비 오는 날 태어난 하루살이에게, 굳이 태양이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려는 넘들이 있다. 이럴 때는 지식이 곧 죄악이 될 수도 있다." (p. 239)

"인간은 '알았다'에 의해서 어리석어지고 '느꼈다'에 의해서 성숙해지며 '깨우쳤다'에 의해서 자비로워진다. 그런데도 제도적 교육은 후덜덜, 죽어라 하고 '알았다'를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한다. 즐!" (p. 249)


* 이외수씨는 책에 민물고기들을 담았다. 잊혀지고 소외된 민물고기들의 아름다운 형상을 통해 모든 사람이 그 자체로 존재의 의미를 갖는다고 외치는 듯하다. 그런 사람들의 다양한 존재로써 삶의 아름다움이 탄생하고, 하나의 존재는 그 자체로 유일하고 소중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 동안 소개되지 않던 다양한 민물고기의 그림이 책의 분위기와 잘 조화되기도 한다. 다양하고 참신한 그의 이야기들 또한 민물고기들처럼 생동감 있고 풍부하다. 
Posted by 하늘☆